석탄화력 폐쇄로 고용위기 코앞, 이 해법은 어떨까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25.02.18 09:55l최종 업데이트 25.02.18 15:01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의 제안... "노동자도 지구도 지역도 살리는 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가 코앞에 닥친 가운데, 정부‧지자체가 공공기관 옥상이나 주차장, 도로변 경사지 등 노는 땅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지어 노동자 조합이 관리‧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도‧시‧군이 태양광발전을 설치할 공간을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고, 석탄발전소를 중단하면 기후위기를 막아 전 국민이 혜택을 본다"라며 "이것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노동자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고 지역도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에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6~2031년 사이 삼천포화력 4기, 하동화력 6기를 포함해 총 10기를 차례로 폐쇄한다. 삼천포‧하동화력의 폐쇄로 2031년까지 일자리를 잃을 협력사 직원만 817명으로 추정된다.
하동화력이 2026년부터 폐쇄 절차에 들어가지만, 경남도와 하동군은 직원들의 고용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다. 경남은 충남이 '정의로운 전환 충남도민회의'를 구성하고 정의로운 전환기금을 조성하는 등 대응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대규모 공적 투자로 공적기관에 의해서 개발되고 소유‧운영되는 공공재생에너지가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단지 사업은 민간 주도이고, 맥쿼리를 비롯한 해외자본이 많다.
햇빛‧바람은 '공공재'이기에 민간에 맡겨서는 안되고 공공이 주도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시민사회와 기후단체, 노동조합이 공공재생에너지연대를 결성하고 재생에너지는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종권 공동대표로부터 지난 14일 이야기를 나누었다.
- 기후위기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인데 왜 지금 공공재생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고 보는지?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에 우리가 꼴찌다. 독일의 경우 62.7%, 중국 38%. 미국도 25%에 달한다. 세계는 제28차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2030년까지 현재보다 재생에너지를 3배로 증가하는 서약을 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관심이 없다. 예산도 미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태양광은 공공재인데 민간 기업이 돈벌이 수단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것은 안 되고 공공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해야 정의롭다고 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15만 민간 태양광 사업자들이 정의롭지 못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 태양광‧풍력 같은 공공재를 이용해서 이익을 얻으면 안된다는 것이냐. 공공이 하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기하자는 주장처럼 들린다. 2023년 기후집회에서 '에너지 전환을 돈벌이에 맡길 수 없다.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 공공이 하면 태양광‧풍력의 확대가 어려운 것인지?
"지금 태양광 사업의 90%가 민간 사업자들이다. 100KW 이하 소규모 사업자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 민간사업을 배제하고 공공만으로는 확대가 어렵다."
- 공공재생에너지포럼은 '시장과 민간 중심의 정책으로 인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며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지연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무시 정책과 태양광 산업을 비리 카르텔로 몰아 태양광 산업계를 초토화한 정책 때문이었다. 또 영농형 태양광, 산지 태양광, 수상 태양광, 해상 풍력을 반대한 일부 기후운동단체와 언론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막았다. 또 한국 전력 시장의 국유화가 재생에너지 전환의 걸림돌이다. 세계 각국은 시장과 민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공공에서도 재정 여건에 맞춰 최대한 재생에너지 확대하고 민간의 재생에너지 사업 지원 정책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 공공에서 대규모로 태양광‧풍력 사업을 운영해서 석탄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를 취업하도록 하면 좋지 않을지.
"태양광발전소는 건설을 하고 나서 운영에 있어서는 일손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공공에서 대규모로 직접 사업을 벌일 예산이 없다. 한국전력공사나 발전사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국가 예산 부족이 수십조원에 이르러 2024년 정부는 한국은행으로부터 170조 원을 빌려 썼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 석탄화력발전 폐쇄에 따라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은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산업역군으로 힘들게 일한 석탄 노동자는 당연히 보상받아야 한다. 경남에서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5년 동안 순차적으로 하동‧삼천포화력 10기가 폐쇄다. 전국으로 보면 2036년까지 28기가 폐쇄된다. 이 석탄화력발전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1600여 명이 해고될 위기에 있고, 경남에서도 500~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저는 노동자들에게 100KW 짜리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준다면 큰 예산 들이지 않고 실직 노동자 문제 해결하고 재생에너지도 확대하여 기후위기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그러려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땅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경남에는 공공기관의 옥상이나 주차장이 많다. 이곳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또 도로변 경사지, 못 쓰는 유휴 부지도 많다. 100KW 짜리 500명이면 50MW이다. 경남 18개 시군 공공주차장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할 수 있는 잠재량이 200MW다.
노동자들이 10명, 20명 단위로 조합을 결성해서 운영할 수도 있다. 경남도와 18개 시군이 태양광 설치할 공간을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석탄발전소를 중단하면 기후위기를 막아 전 국민이 혜택을 본다. 이것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다. 노동자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고 지역도 살리는 길이다."
- 100KW 짜리 태양광을 운영하면 설치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요즘은 태양광 패널 가격이 내려가서 1억 원이면 가능한 것으로 안다. 계통연계 비용 1000만 원 포함하면 1억 1000만 원이 필요하다. 자금이 없으면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지자체가 도와 주어야 한다. 경남도와 시군에서 도‧시‧군 금고 은행과 협약을 맺으면 싼 금리 혜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 한 달 순수입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지?
"한국은 태양광 1일 평균 가동 시간이 3.6시간이다. 한 달 전기생산량 1만 950kWh다. 2025년 1월 현재 한국전력공사 판매가 240원(건물 옥상, 주차장 기준)이다. 한 달 판매 수입은 262만 8000원이고, 지출은 이자, 인버터 비용, 세척 등 관리비, 보험, 융자 상환금 지출 합계 107만원으로, 그렇다면 순수입은 155만 8000원이 된다.
한 달 순수입 150만 원이면 어느 정도 보상이 되지 않겠느냐. 전기요금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안정적인 수입을 원한다면 고정가격으로 20년 계약할 수 있다. 태양광은 설치만 하면 일손이 많이 필요 없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 괜찮은 조건인 것 같은데 신뢰가 문제일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정책이 자주 바뀌니까 걱정이다.
"에너지전환특별법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면 가능하다. RE100 이행에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이다. 노동자 실직 문제도 해결하고 수출 기업에도 도움을 준다."
- 해상풍력은 대규모 사업을 해외자본과 외국 기술이라는 비판이 있던데.
"우리나라 기업이 해상풍력에 투자하지 않으니까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것이다. 해상풍력 기술도 우리나라는 아직 미숙하다. 경쟁하면서 우리 기술이 발전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해외에 투자한다. 우리나라 대기업 치고 해외 투자하지 않는 기업이 있느냐? 우리나라의 해외 투자는 괜찮고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도덕적이지도 않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지 않으면 석탄‧가스발전을 중단하지 못하고, 위험한 핵발전소(원전)를 더 지어야 한다. 어민, 농민, 산림 피해 걱정으로 태양광‧풍력을 반대하면 결국 그 피해는 농어민에게 돌아가고 대형산불로 대규모 산림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소탐대실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지구온도 1.5도 상승에 앞으로 4년 5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기후위기 막을 골든타임이 2년이다. 이렇게 시급한 상황에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면서 평등, 정의, 이념 주장하면 다 망하자는 것이다. 집에 불이 났으면 시급히 꺼야 한다. 화재의 책임자를 찾고 피해 보상을 생각하는 것은 불 끈 후에 해야 할 일이다. 그만큼 시급한 일이라는 말이다.
세계 환경단체는 한국은 4년 연속 기후악당국으로 부르고 있다. 재생에너지만 확대해도 기후악당국 신세를 면한다. 전기요금을 올려서 전기소비를 줄이면 기후선진국이 될 수 있다. 전기요금이 최근에 좀 올랐지만, 아직도 유럽 선진국의 1/3 수준이다. 전기소비는 두 배다. 에너지 기본권을 주장하고 노동자에게 전기‧가스를 무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에너지 소비 줄일 수 없고 석탄‧가스발전을 중단하지 못한다.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