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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뉴스/기후변화 대응

독일 헌재 “온실가스 감축 부담, 미래세대로 넘기면 위헌”

by 심상완 2021. 5. 1.

[한겨레 김정수 최우리 기자] 2021.05.01

“기후변화법에 2030년 이후 감축계획 불충분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 안겨 기본권 침해”
한국 청소년들 소송에 영향 줄 가능성 주목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들이 지난해 3월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소극적으로 규정한 현행 법령이 청소년의 생명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자유의 기회는 세대별로 비례해 나눠져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미래 세대에 일방적으로 이전돼서는 안 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29일(현지시각) 독일 기후변화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했다.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관련 내용이 충분하지 않다며, 이를 ‘미래 세대의 기본권 침해’로 판단한 것이다. 이 판결은 독일 환경단체 분트(BUND), 미래를위한금요일, 그린피스 등이 제기한 위헌 소송에서 나왔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의 불충분한 기후변화대책을 문제삼아 위헌 소송을 제기한 한국 청소년들의 주장과 비슷하다. 국제 판례가 드문 상황에서 이번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이 한국 헌법재판소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독일 기후변화법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감축하고, 이 목표에 맞춰 각 부문에 연간 배출량을 할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충분치 않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정한 기후변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 이후에 더 급격하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독일 연방의회에 “올해 말까지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화한 조항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독일 헌재는 결정문에서 “기본법(독일 헌법)은 현 세대가 생명의 자연적 기초를 조심스럽게 다루고, 이후 세대가 그것을 보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설명자료에서 “인간 생활의 거의 모든 측면이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하기 때문에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모든 유형의 자유에 영향을 준다. 감축 부담을 2030년 이후로 넘기는 것은 젊은 세대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기에는 현재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가 너무 낮기 때문에, 2030년 이후 미래 세대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소송을 제기한 독일 환경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독일 기후소송에서 전례가 없는 역사적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크게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환호했다. 미래를위한금요일의 활동가로 이 소송에 참여한 루이자 노이어바우어는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서 “많은 이들을 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날”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에선 “헌재가 독일 정부의 따귀를 찰싹 소리 나게 때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전문가 사이에도 지금까지 나온 국외 기후소송에 견줘 진전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덜란드·아일랜드 대법원, 프랑스 법원 등 세계 주요국 사법기관이 기후변화가 정치와 정책의 영역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 침해와 관련된 사법 영역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이번 독일 헌재 판결은 국가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를 기후변화로부터 똑같이 보호해주지 못하면 기본권 침해가 된다고 인정한 것이 특히 새롭다.

이때문에 이번 판결이 한국 기후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현재 세대가 온실가스를 충분히 줄이지 않는 것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독일 연방헌재 논리는, 지난해 3월 같은 이유로 소송을 낸 한국 청소년들에게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청소년 쪽 법률대리를 맡은 윤세종 기후솔루션 이사(변호사)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지 않는 한국의 상황이 독일과 유사하다. 감축 목표라는 구체적 영역에서 헌법적 심사를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청소년들과 한국 정부로부터 각각 의견서를 제출받은 헌법재판소는 국내외 연구자료를 수집하는 등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원문 출처: 독일 헌재 “온실가스 감축 부담, 미래세대로 넘기면 위헌” : 환경 : 사회 : 뉴스 : 한겨레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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