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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뉴스/기후변화 대응

주먹구구식 온실가스 감축…“목표 56% 이행 어려워”

by 심상완 2023. 11. 22.

[KBS뉴스 정재우 기자]  입력 2023.11.21 (14:28) 수정 2023.11.21 (14:45)

 

 

2021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했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져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는 불합리하게 설계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배출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목표관리제' 역시 기업 지정이 누락되는 등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은 오늘(21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 분야의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산업부문 감축 목표량 중 56%는 목표이행 어려워

환경부가 21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만드는 과정에 감축 수단과 감축량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실현가능성을 검증하는 체계가 미비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경우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지 않고, 언론보도 등을 참고해 임의로 감축수단과 감축목표율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환경부가 또 NDC 상향안 수립을 위해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산업부가 제출한 방안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산업부가 산업부문 감축안을 환경부에 제출할 때 석유화학업종의 에너지절감률(8%→5%)과 폐플라스틱활용률(20%→18.6%) 등을 이전보다 하향 조정해 온실가스배출량이 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목표배출량은 이전보다 줄여서 제출했는데, 환경부가 이를 검증 없이 수용했다는 게 감사원 설명입니다.

감사원은 또, 산업부가 산업부문 NDC를 만들면서 실현할 수 없는 감축수단을 선정하거나 감축수단 없이 감축량을 산정했다며 산업부문 감축목표량 3,790만 톤의 56%는 목표이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2030 NDC 상향안에는 2030년까지 석유화학 제품의 주 원료인 나프타(납사)의 18%를 바이오나프타(바이오납사)로 전환해 1,18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처럼 나프타를 바이오나프타로 대체해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2,360만 톤의 바이오나프타가 필요합니다.

감사원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온실가스 감축 분야)’ 감사보고서 47페이지 캡처

하지만 감사원이 따져보니 2030년 전 세계 바이오나프타 공급량은 880만 톤에 불과하고, 국내에 공급 가능한 양은 45만 톤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당초 계획안대로 감축하는 데 필요한 수량보다 2,315만 톤이나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감축 방안이었던 셈입니다.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 효과 미미.."불합리한 제도 설계 탓"

환경부는 2012년부터 자동차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동차업체별로 연비 기준을 부여하고 이를 초과하면 과징금을 걷는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1대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져보니 전차량에 온실가스 관리제가 적용된 2015년 142g/km에서 2020년 140.3g/km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제도를 점검해보니 자동차 중량이 무거워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대형차일수록 배출허용기준이 완화되도록 설계돼 있고, 실제 배출량보다 감축량을 더 과다하게 인정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할 유인이 줄어들어 실제 배출량이 감소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또 연 4,500대 이하 판매 업체에는 기준을 완화해서 적용해주는데, 2022년까지도 2009년 판매량을 기준으로 선정된 업체에 기준완화 혜택을 주고 있다며 최근 판매량을 기준으로 기준완화 혜택을 주는 게 타당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일부 자동차 수입업체의 경우 2009년부터 2021년까지 판매량이 1,500% 이상 늘었는데도 기준완화 혜택을 주는 게 불합리하다는 겁니다.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휘발유·경유차에 비해 많은데도 미세먼지 발생량이 적다는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차감해 적게 산정하는 방식도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유관 통계 활용 안 해 '목표관리제' 12개 업체 지정 누락

정부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배출목표를 설정해주고 관리하는 '목표관리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직전 3년간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5만 톤 이상이거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1.5만 톤 이상인 사업장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지정대상입니다.

2021년 기준 350개 업체가 지정돼 있는데, 감사원이 에너지사용량신고, 유가보조금 자료 등을 활용해 지정에서 제외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져보니 12개 업체의 지정이 누락돼 있었다는 겁니다.

감사원은 산업부, 국토부, 해수부, 농림부, 환경부 등 5개 관장기관이 관리업체를 지정할 때 각자 부문별로 온실가스 배출 특징에 부합된다고 판단되는 일부 유관 통계자료만 활용해 업체를 선별하고 있어 관리사각지대가 발생한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온실가스 목표관리가 필요한 12개 업체를 관리업체로 지정해 관리하고, 유관 통계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업부와 국토부 등에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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