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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뉴스/기후변화 대응

탄소예산 [유레카]

by 심상완 2024. 5. 27.

[한겨레 박기용 기자]

  • 수정 2024-05-26 18:45
  • 등록 2024-05-26 12:28

이산화탄소는 ‘생물권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해양학자 로저 러벨)이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신체조직을 이루는 탄소와 물질대사의 연료인 산소를, 이산화탄소가 재료인 광합성으로 공급받는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전체 온도를 조절하고 바다의 화학 조성을 바꾸기도 한다. 지구 생태계에 꼭 필요한 이산화탄소라도 너무 많아지면, 지구는 가열되고 바다가 산성화된다. 지금 우리가 그런 처지에 있다. 지난해 전 지구 평균 온실가스 농도는 419ppm이었는데, 2015년 처음 400을 넘어섰다. 이대로 450이 되면 회복 불가능한 변화가 초래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전세계 최고 과학자 모임인 아이피시시(IPCC)가 지난해 낸 6차 보고서를 보면, 인간 활동으로 1조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때마다 전 지구 평균 기온은 0.45도 상승한다. 한데 인류는 1850년 이후 이미 2조4천억톤가량을 배출했다. 450까지 겨우 5천억톤뿐이 남았을 뿐이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이 5천억톤의 탄소예산(배출허용량)을 소진하기 전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 각국 탄소중립 목표도 이에 부합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파리협정 체제에선 모든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 39개 감축의무 대상국의 목표가 명시된 교토의정서 때와 다르다.

게다가 현재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목표를 모으면 5천억톤의 예산을 훨씬 초과한다. 유엔환경계획은 이 차이를 분석한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해마다 만들어 공개한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보고서에 기록된 2022년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574억톤이었다. 이대로면 10년 내에 예산을 다 소진하게 된다. 유엔환경계획은 파리협정 목표인 1.5도를 달성하려면 각국의 2030년 배출량 목표치를 지금보다 42%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의 2030년 목표치는 배출량 정점인 2018년 대비 40%를 줄인 4억3660만톤이다. 유엔의 권고를 따르자면 이 숫자는 65%, 2억5323만톤이 돼야 한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선 한국 정부의 목표치가 기후위기 대응에 충분한지를 따지는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책임과 남은 탄소예산이 어느 정도인지가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에 달렸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앞으로 10년 동안 이행된 선택과 행동이 현재 및 수천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아이피시시)이다.

 

출처: [한겨레 박기용 기후변화팀 기자 xeno@hani.co.kr]

 

 

탄소예산 [유레카] (hani.co.kr)

 

탄소예산 [유레카]

이산화탄소는 ‘생물권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해양학자 로저 러벨)이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신체조직을 이루는 탄소와 물질대사의 연료인 산소를, 이산화탄소가 재료인 광합성으로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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