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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뉴스/에너지전환

바람 잘 부는데 제주도 풍력발전기가 안 돌아가는 까닭

by 심상완 2020. 8. 26.

[한겨레 김정수 선임기자] 2020.08.25.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59296.html

 

바람 잘 부는데 제주도 풍력발전기가 안 돌아가는 까닭

제주 풍력발전 출력제한 상반기에만 44회 태양광발전량 급증 때 전기 보낼 곳 없어 전문가 “육지서도 2025년 이전 나타날 것 재생에너지 확대 위해 최소화할 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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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풍력발전 출력제한 상반기에만 44회
태양광발전량 급증 때 전기 보낼 곳 없어
전문가 “육지서도 2025년 이전 나타날 것
재생에너지 확대 위해 최소화할 준비 필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위치한 국내 첫 풍력발전소인 `행원 풍력발전단지' 연합뉴스

“바람도 잘 부는데 안 돌아가고 멈춰 서 있네. 고장인가?”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열심히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들 사이에 멈춰 선 발전기들을 보고 이런 의문을 품었던 분들이 더러 있을 듯합니다. 만약 이 때가 햇볕이 좋은 봄이나 가을 한낮이라면 이 발전기들은 고장이 아니라 운영자가 일부러 세운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주 지역 전력망을 관제하는 한국전력거래소 제주본부가 출력을 줄이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입니다. 제주본부가 풍력발전 출력을 제한한 것은 지난 한 해 46회였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44회입니다. 평균 4일에 한 번꼴로 발생한 것입니다.

출력 제한은 전력수요가 적은 3~5월과 9~11월에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전력공급 과잉이 우려될 때 주로 내려집니다. 전력은 공급이 부족해도 문제지만 공급이 넘쳐도 주파수와 전압이 급변동해 잘못 대처하면 전력망이 붕괴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광 발전시설들이 대부분 운영자가 상주하지 않는 소규모의 무인 시설들이다보니 통제하기 쉬운 풍력발전단지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지요. 출력 제한 지시를 받은 풍력발전단지는 발전기를 세우거나 회전 날개의 각도를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발전량을 줄여야합니다. 손해 배상도 따로 없지만 전력망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지시를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상대로 한 이런 조처는 전국에서 제주도에만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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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시 발전이 허용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출력 제한이 가해지는 것은 어떤 사정 때문일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를 전력망의 수용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탓입니다. 지난해 제주도의 태양광과 풍력발전량은 84만9223㎿h로, 도내 전력 공급량의 15.8%를 기록했습니다. 전국의 태양광·풍력 발전비율 2.6%의 6배입니다. 설비용량은 작년 말 기준 도내 전체 발전 설비의 38.4%로, 전국 태양광·풍력 설비용량 비율 9.6%의 4배를 기록했습니다. 제주 태양광·풍력발전 설비용량은 올해 상반기에는 63만㎾를 넘겼습니다. 봄 가을 낮 전력 수요가 최저치를 찍을 때 모두 가동돼 평균 80% 이상의 발전 효율을 낸다면 잠시나마 제주도를 ‘100% 재생에너지 섬’으로 만들 수도 있을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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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전문가인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전문위원은 “제주도에 있는 기존 발전소들은 모두 가동정지 시간이 짧고 출력 조절이 쉬운 가스와 디젤발전소여서 운영하기에 따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 제약을 얼마든지 완화할 수 있다. 문제는 전력거래소가 기존 발전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데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재생에너지 우선 원칙을 분명히 세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잦은 출력 제한을 방치하는 것은 민간의 재생에너지 발전 투자를 위축시켜 재생에너지 확산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서 재생에너지 출력 제약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15년입니다. 바이오까지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제주도 전체 전력 공급량의 9.3%를 기록한 해입니다. 정부가 2017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22년에 10.5%에 도달해, 제주도에서 출력 제한이 처음 시작된 2015년 수준을 넘어서게 됩니다. 전력계통의 운영자 관점에서 보면 남한은 기댈 본토라도 있는 제주도보다 더 조건이 좋지 않은 ‘섬’입니다. 북한을 통과해 대륙으로 전력망이 연계되지 않는 한 전력망에 나타나는 불안정 요소는 온전히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력계통 전문가인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현재 추세대로면 2025년 이전에 육지에서도 제주도와 같은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 필요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계속 늘려가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양수발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열저장(P2H), 그린수소(P2G) 등 다양한 에너지저장 기술을 개발해 활용할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592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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