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기용 기자]
- 수정 2024-05-21 21:56
- 등록 2024-05-21 20:56
탄소중립법, 파리협정 이행수준 싸고 공방
청구인쪽 "온실가스 배출한도 정량화를"
정부쪽 "선진국-개도국 처한 상황 달라"
헌재, 기후소송 최종 공개 변론
‘파리협정’ 준수 부합 여부 쟁점
최종 결론 이르면 9월께 나올듯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인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할 한국의 법적 수단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다. 한국은 이 법과 시행령을 통해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으로 잡아놓았지만, 2030~2050년까지는 연간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기후소송’ 마지막(2차) 공개 변론에선 이 목표가 파리협정이 정한 기후위기 대응에 충분한가를 두고, 헌법소원 청구인 쪽과 정부 쪽이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지난달 23일 1차 변론에선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적절성 전반을 다뤘다면, 이번 변론에선 국제법적 관점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이 적정한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따진 것이다.
이날 기후소송 청구인 쪽에선 국제경제법을 전공한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정부 쪽에선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이 정부 쪽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파리협정 전문가들로, 두 사람은 책 ‘파리협정의 이해’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든 국가가 기후위기에 공동의 책임이 있지만, 각 나라의 역량을 고려해 차별화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파리협정의 대원칙(CBDR·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을 해석하는 부분에서부터 의견이 갈렸다. 박 교수는 ‘공동’이라는 부분에, 유 총장은 ‘차별화’ 쪽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먼저 진술에 나선 박 교수는 “파리협정이 각국의 감축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한 건, 중국을 비롯한 더 많은 국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타협”이라며 “우리나라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선진국에 속하는, 그래서 선진국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현재 40% 감축 목표가 매우 높다고 하지만, 1990년부터 2018년까지 (배출량을 줄이지는 않고) 지속적으로 늘려 왔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나라가 (기후변화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행적을 보면 화력발전소를 더 건설하고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려는 노력이 강해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대한민국은 땅이 좁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 총장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정부의 목표치가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종합해 일종의 사회적 합의 도출에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탈탄소가 어려운 세 가지 산업으로 흔히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을 드는데, 우린 이 세 분야를 다 가지고 있어 산업구조의 조정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지만 앞으로 네번의 기회가 더 있다”고 말했다. 현행 한국의 탄소중립기본법이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중장기·연도별 감축 목표를 재검토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 것이다. 그는 “현 감축 목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날까지 두차례 재판을 끝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번 기후소송 변론 절차는 모두 끝났다. 이후 재판관들은 합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빠르면 이은애 재판관이 퇴임하는 올 9월 이전에 결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출처: [한겨레 박기용 기자] 2024.05.22.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1516.html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공방…“정부 의지 안보여” “첫술에 배부르랴”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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