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류민 기자] 2025.02.20 20:32
공공재생에너지연대, 특별법안 폐기와 근본적 대안 촉구해
비상계엄 내란 사태 이후 정치 지형이 어지럽게 얽혀 가는 가운데, 여야정이 손을 잡고 이른바 '무쟁점' 법안들의 국회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19일에는 해상풍력특별법이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커다란 이견이 없다지만 광장에 나선 시민들 사이에서는 특별법에 대한 이견이 촘촘하다. 이미 심각한 해상풍력사업의 민영화를 더 촉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난개발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 등 시민사회 각계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부정의한 해상풍력특별법"이 아니라 "생태계와 노동자·시민 모두의 존엄을 구현할 수 있는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해상풍력특별법의 뼈대는,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입지를 계획하고 이후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사업자 등에게 사업권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여러 인·허가 규제를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은 이달 중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 역시 순조롭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사회에서는 우려가 깊다. 기후위기 시대,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은 절실한 과제이나, 그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공공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고민이다. 현재 발의된 해상풍력특별법안은 해상풍력의 '신속한 확대'를 명분 삼아, "우리 모두의 공유재인 바다와 바람"을 초국적 자본 등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사유화"하고, "생태계와 문화유산,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는 난개발을 조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산자위 전체회의와 같은 날, 긴급토론회를 열고 해상풍력특별법의 문제를 톺아보았다.
바다와 바람을 선점한 기존 민간 사업자 우대하고 민영화 촉진해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이날 발표에서 해상풍력 민영화의 심각성을 짚었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사업 90개 중 48개를 외국 기업이 추진하고 있다. 전체 허가 설비용량 30.69GW 중 외국계 비중이 19.41GW로 63%에 달해, 이미 한국의 해상풍력 사업 대부분을 해외 자본이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발전공기업 등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은 7개 1.97GW로 전체의 6.4%에 그쳤다. 해외 자본을 포함한 민간 사업자가 해상풍력 사업권의 93%를 선점한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시민들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으로 충당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자 수익 지급 구조와 맞물려, 민자 발전사의 영업 이익만을 늘리고, 부의 해외 유출 현상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구준모 실장은 해상풍력사업은 "한국사회 미래에 가장 중요한 사회 인프라 투자 사업"으로 "막대한 비용을 누가 어떻게 조달할 것이고, 그 수익을 누가 향유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4.3GW의 해상풍력 보급을, 2038년까지 해상풍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40.7GW의 풍력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1GW당 약 6조 원이 소요된다고 볼 때, 2030년까지 86조 원, 38년까지는 약 220조 원 정도가 해상풍력사업에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발표에서 제시된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 지배적인 PF 방식을 통해 민간이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할 때, 1GW 기준, 공공이 추진주체일 때 보다 연간 960억 원의 비용이 더 소요된다. 자기자본이익률과 대출금리에서 공공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민간은 PF방식으로, 공공은 공적 금융으로 비용을 조달했을 때 이 차이는 연간 1,980억 원으로까지 늘어난다. 사회적 비용의 측면에서도 공공이 추진하는 해상풍력사업이 더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현재의 해상풍력특별법은 해외 민간 자본이 다수를 차지하는 기존 사업자들을 우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구 실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계획입지 제도로의 전환은 필요하지만, 입지 선정과 해상풍력 발전지구 지정 후 경쟁입찰을 통해 결국 민간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양도하는 특별법의 방식으로는 이미 심화된 해상풍력 민영화를 더욱 촉진시킬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구준모 기획실장은 "공공부문이 입지 선정뿐만이 아니라 본 사업까지 책임지고 수행한다면 사업의 비용도 줄이고 그 혜택을 모든 시민이 누릴 수 있다"면서 "수익성 문제 때문에 민간자본에 장기간의 확실성과 이익을 보장하는 데에 공적인 비용을 지출하는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 공공부문이 사업을 수행한다면 그만큼 재생에너지 보급과 확산을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인허가 완화, 생태계와 문화유산 및 지역공동체 파괴 우려도
박항주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재생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지속가능성, 환경성, 문화재 보존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고, 민주성과 공공성의 요소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해상풍력특별법안은 "여러 인허가 규제를 간소화하여 생태계와 문화유산, 지역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까지 파괴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산업부가 8년 동안이나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으며 계획입지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필요한 기술 개발와 인프라 확보도 방치해놓고, 이러한 정부의 계획 미이행에 따른 해상풍력 산업 육성의 실패를 환경성 평가와 30여 개 인허가 절차의 문제인양 둔갑시켜 의제 처리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이러한 의제 처리는 정부와 산업계가 해상풍력특별법의 모델이라 주장하는 덴마크의 관련 제도에는 없는 내용이며, 현행 절차보다 고작 8개월의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기 위해 30여 개에 달하는 법안을 무력화하는 방식"이라 비판했다.
공공성 강화한 특별법?... 근본적 대안 필요해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해상풍력특별법안이 7개의 발의안을 병합 심사해 위원회 대안으로 통과되는 과정에서 "공공성을 강화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평가도 등장했다.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계획을 밝힌 발전공기업을 우대할 수 있다는 조항 등이 포함된 것을 근거삼은 주장이다.
그러나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특별법에 일부 추가된 이들 조항으로는 현 법안의 근본적 한계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연대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공공성을 구조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 보고, 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에서 공공성과 환경성, 민주성을 강화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지킬 공공재생에너지 전략의 실현을 위한" '공공재생에너지법'과 '한국발전공사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재생에너지연대에는 공공운수노조, 기후정의동맹, 민주노총 기후특별위원회, 발전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에너지정의행동, 참여연대, 청소년기후행동,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이 함께한다.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의 국회 절차는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는 27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와 앞서 열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그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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