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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뉴스/기후변화 대응

‘행동 전염’ 이용해 기후위기 넘어서야

by 심상완 2021. 5. 1.

[한겨레 김진철 기자] 2021.04.30.

타인행동 모방하는 경향성이 급속한 사회 변화 동인으로 작용
이로운 ‘밈’ 장려하는 강력한 공공정책으로 기후변화 극복해야

행동의 전염: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다로버트 H. 프랭크 지음, 김홍옥 옮김/에코리브르·2만1000원

전기차의 시대는 불현듯 닥쳐오고 있다. 아직 전기차가 대세가 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불과 2~3년 전과 비교해 보면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는 확연하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일궜을까? <행동의 전염>을 지은 로버트 프랭크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행동 전염’으로 설명할 것이다. 주변에 멋진 전기차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고 전기차 소유자에 대한 특정한 사회적 인식, 이를테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이들의 사고는 변화하게 된다.

저자는 인간이 지닌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성’이라는 행동 전염을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는 데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1989년만 해도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하는 미국인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은 공개적으로 동성 결혼 합법화에 반대했다. 그러나 2015년 미 대법원은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리고 이때 미국인의 60% 이상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청난 변화를 일군 것은, ‘커밍아웃’이 점차 늘고 동성애자와 유권자들의 접점이 넓어지며 확산된 ‘공감’이었다. 딕 체니 같은 보수 정치인조차 자녀의 커밍 아웃과 동성 결혼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공개적으로 말해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행동 전염을 확산시킨 요인이다. 

주위에 흡연자가 많을수록 흡연율은 높아지는 경향성이 있다. 흡연은 전형적인 ‘행동 전염’의 사례다. 서울 한 지역에 마련된 흡연부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행동 전염은 긍정적 측면으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흡연과 비만 등도 전염된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바람직한 행동 전염을 반영한 공공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우리는 강력하고도 합법적인 공공 정책을 입안하는 데서 사회적으로 이로운 밈은 장려하고 해로운 밈은 저지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 밈은 “한 문화권 내에서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가는 생각, 행동, 양식, 혹은 용례”이다.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 사회적 힘을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집단적으로 통제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데 실패하면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인류 최대의 생존 위협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저자는 행동 전염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에 적합한 정책으로 그린 뉴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사회·경제 행동에 있어 경쟁과 협력에 주목하는 연구를 수행해온 학자답게, 누구에게도 고통스러운 희생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변화를 일구는 정책으로 그린 뉴딜을 보는 것이다. 행동 전염의 소비 패턴 강화를 활용하여 “연간 수조 달러를 탄소 프리 에너지원의 지원에 투자하는 정책을 모색”할 경우 “경제 불평등을 낮추고 좋은 일자리의 창출을 촉발”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규제 제도보다 과세 제도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과세 제도가 지시적이거나 계몽적인 성격은 덜하면서도 효과는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승자독식사회>(1995·공저) <경쟁의 종말>(2011)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2017) 등 전작에서 경쟁사회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며 앞으로 경제 질서에서 중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분배’임을 주장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에서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 대신 협력과 분배를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인간 행동의 특징을 활용한 적극적인 정책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원문 출처: ‘행동 전염’ 이용해 기후위기 넘어서야 : 책&생각 : 문화 : 뉴스 : 한겨레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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