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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뉴스/기후변화 대응

왜 후보들에게 기후위기를 묻지 않나

by 심상완 2021. 11. 23.

[한겨레 제정임 컬럼] 2021.10.25.

1022 글로벌 기후파업행동’ 참석자들은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436kg의 당근을 쏟는 행위극을 벌였다. 사진은 쏟아진 당근들과 손팻말. 김태형 기자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세상이 불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유명인들을 두고 쑥덕공론이나 하고, 유명인들을 모방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나 하고, 꼭 필요한 게 아닌데도 새 차와 새 옷을 사고 있었다. 마치 불길을 잡을 시간이야 얼마든지 남아 있다는 듯이 말이다.”

 

캐나다 출신 언론인이자 환경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이 기후위기와 그린뉴딜을 다룬 책 <미래가 불타고 있다>에 쓴 말이다.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눈에 비친 세상 사람들 모습이 이랬다는 얘기다. 툰베리는 유엔과 세계경제포럼(WEF) 등에 모인 정치인, 기업인들에게 “집에 불이 났으니 당신들은 공포에 사로잡혀야 맞다”고 질타했다. 극단적 폭염과 산불, 홍수, 태풍, 동식물 멸종 등 기후위기 증후가 갈수록 심해지는데도 지도자들은 돈 얘기만 늘어놓으며 움직이지 않는다고 툰베리는 울부짖었다. 그를 포함한 각국 청소년의 ‘학교 파업’과 유럽 청년들의 ‘멸종 저항’, 미국 청년들의 ‘선라이즈 무브먼트’ 등 기후행동은 결국 유럽과 미국의 정치를 바꿨다. 유럽연합은 ‘그린딜’, 미국은 ‘그린뉴딜’의 이름 아래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 불평등 완화, 저탄소 일자리 창출이라는 총체적 개혁에 나섰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복귀했고, 재생에너지와 고효율에너지주택 등에 투자하는 2조달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클라인이 묘사한 ‘제정신이 아닌’ 상태인 듯하다. 유럽과 미국이 온실가스를 제대로 안 줄이는 나라를 겨냥해 탄소국경세 등 무역규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은 수출로 먹고살면서도 심각성을 못 깨닫는다. 국제 환경단체들로부터 ‘기후악당’이라 비난받으면서도 석탄 발전소 6기를 계속 짓고 있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선언했지만, 실행목표를 두고 논란만 요란할 뿐 별 진전이 없다. 청소년들이 시위에 나서도 반향은 미미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인데 어떤 후보가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할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주요 정당의 경선에서 기후위기는 ‘수박 겉핥기’로 넘어갔다. 국내 10대 종합일간지의 대선주자 인터뷰를 살펴봤더니 기후위기는 대부분 질문조차 나오지 않았다. 일부 매체의 정의당·녹색당 인터뷰에서 기후정책이 약간 소개됐을 뿐이다. 주요 방송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뉴스채널 <시엔엔>(CNN)이 2019년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 10명을 차례로 불러 무려 일곱시간이나 기후간담회(클라이밋타운홀)를 중계한 것 등 서구 언론의 열의와 비교된다. 언론이 질문하지 않으니 후보는 기후정책이 있어도 설명할 기회가 없고, 정책이 없는 후보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대신 우리 언론에는 ‘고발 사주’ ‘대장동’ 등 의혹과 스캔들 공방이 넘친다. 유권자의 눈길은 ‘유명인 뒷담화’로 쏠린다.

수천편의 학술논문을 토대로 과학자들이 작성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0)로 줄여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선을 넘어서면 극단적 자연재해, 물과 식량을 둘러싼 전쟁, 대규모 기후난민 발생 등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경고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각국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소 퇴출과 재생에너지 100% 달성, 내연기관차 퇴출과 전기차 전환, 제로에너지건축, 공장식 축산과 육식 줄이기, 지속가능 농업과 숲 늘리기, 폐기물 줄이기와 재활용 촉진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퇴장하는 산업의 노동자, 지역주민 등이 살길을 찾도록 ‘정의로운 전환’도 추구해야 한다. 어떤 후보가 이를 이끌 수 있을지, 언론이 유권자에게 정보를 주어야 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총리 조르주 클레망소는 “전쟁은 너무 중요해서 장군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도 너무 엄중해서 기후담당 기자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모든 언론인이 자기 분야에서 필요한 보도를 해야 한다. 먼저 대통령 후보들에게 기후위기 대책을 묻자. 누가 기후위기를 막아줄 대통령감인지, 그것이 정말 알고 싶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6549.html#csidx17a7a2d351d297584511feb332d6a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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