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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연대

프레스턴, 지역에서 돈을 돌려 경제를 살린다

by 심상완 2023. 7. 12.

[한겨레21 특집 1465호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등록 2023-05-25 15:39 수정 2023-05-31 19:43

 

프레스턴, 지역에서 돈을 돌려 경제를 살린다

프레스턴은 영국 맨체스터 모델과 미국 클리블랜드 모델의 성공적 결합
‘닻 기관’ ‘마을자산’ ‘민주적 경제’ 핵심… 자원 배분이 주민 모두에게 미치도록

 

프레스턴은 영국 잉글랜드 북부 랭커셔주의 작은 도시이다. 끔찍한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영국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자살 공화국 ’으로 낙인찍혔던 도시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 이후 반전이 나타났다. 2018년에는 영국 최대 회계 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영국에서 가장 크게 개발된 도시 ’로 런던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 평가했다. 지난번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끌었던 영국 총선에서는 노동당이 제시한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제시됐다. 오늘날에도 이곳의 경제 회생 모델은 ‘프레스턴 모델 ’로 이름이 붙어 다른 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런 반전이 가능했을까?

 

주민 협동조합이 병원 세탁물을 맡도록

‘프레스턴 모델 ’을 이해하려면 영국 맨체스터 그리고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라는 다른 도시에서 있었던 일을 배경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맨체스터는 리처드 아크라이트가 방적기를 발명했던 산업혁명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로서 오랫동안 산업도시 위치를 유지하다가 20세기 말 탈산업화의 직격탄을 맞아 공장이 빠져나가고 경제가 붕괴하는 일이 벌어졌다. 클리블랜드 또한 19세기 말부터 오랫동안 산업 중심으로 번성하던 도시였지만, 마찬가지로 탈산업화로 도심 지역의 황폐화를 맞았고 백인 중산층은 거의 교외로 빠져나가버렸다. 도심 한복판에는 클리블랜드대학과 종합병원 같은 예전 번영기의 유산인 큰 기관들이 있었지만, 그 주위를 둘러싼 지역은 주로 흑인이 거주하는, 만성적 실업과 범죄와 마약에 시달리는 살기 힘든 지역이 됐다.

 

이 슬럼화된 지역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나온 중요한 아이디어가 ‘닻 기관’(Anchor Institution)이었다. 피폐화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돈이 주입되도록 하고, 또 일단 주입된 돈은 최대한 지역에서 오래 머물며 작은 업체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지리적으로 이 장소에 ‘닻’을 내리고 운영될 수밖에 없는 대학과 병원 등 큰 기관에 눈을 돌렸다. 이 기관들이 연간 지출하는 예산은 대단히 크지만, 그 대부분은 인근 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외부 업체로 지출됐다. 이 돈의 일부라도 지역으로 돌 수 있게 한다면 마른땅에 단비 같은 효과를 거둘 것이다.

지역과 외부의 혁신가들이 힘을 모아 먼저 대형병원들을 설득했다. 병원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세탁물은 그때까지 프랑스의 한 다국적기업이 처리했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한 세탁 협동조합에 그 사업을 맡기도록 안배했다. 이로써 에버그린협동조합 사업이 시작됐고, 이 사업이 번창하면서 태양광 등 다른 영역들로 사업을 확장해 지금은 ‘에버그린’ 이름으로 세 개의 지역 협동조합이 활동하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핵심은 공동체 재산 형성과 민주적 경영

지역에서 돈이 돌도록 하여 경제를 살린다는 문제의식은 같지만 다른 방향에서 중요한 혁신이 있었다. 맨체스터시는 2010년대 초부터 시의 조달사업 지출에서 맨체스터시의 사업체들에 우선권을 주는 방향을 채택한다. 그리하여 2017년 맨체스터 내에 자리를 두거나 지부를 둔 사업체에 대한 지출이 무려 22.1% 증가하면서 도시 경제를 살려내는 큰 활력이 된다. 물론 이런 공공 재원 지출 방향 변화는 여러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공정성을 기하는 데 지역경제전략센터(CLES·Center for Local Economic Strategies) 같은 민간단체 네트워크와의 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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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 원문 링크 클릭: [한겨레21 특집 1465호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https://cles.org.uk/the-preston-mo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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