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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뉴스/에너지 정보

‘돈거래’로 변질된 해상풍력 주민수용성

by 심상완 2024. 4. 17.

[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2024.04.16.

 

 

발전사업허가 시 주민에 수십억원 지급 약속
소문 퍼지자 주민이 먼저 금전 요구하기도
주민수용성 확보 취지 벗어나, 현행 제도로 한계
개발사‧지역민 중재할 정부 시스템 필요 지적

해상풍력 개발 프로세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주민수용성 확보 과정에 돈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개발사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이후 수십억원을 지불하겠다며 주민 동의를 얻거나 반대로 주민들이 개발사에 먼저 돈을 요구하는 등 부정한 행태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개발사와 주민으로 이뤄진 협상단체가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금전이 오가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하고, 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익을 주민과 공유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일반적 사업모델 대신 '주민동의'를 조건으로 개발사와 주민 간 돈거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발전사업허가를 받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 주민수용성은 개발사가 해상풍력 단지 개발 과정에서 주민과 어민에게 발생하는 일시적・영구적 피해를 보상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다.

주민수용성 확보 여부는 개발사가 주민들의 동의서를 얻어 지자체에 제출하면 지자체에서 주민수용성 승인 방침을 전기위원회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전사업허가를 빠르고 손쉽게 얻기 위한 일부 개발사의 부정한 시도와 목돈을 챙기려는 주민들의 욕심이 맞아떨어지면서 돈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일부 개발사들은 주민들에게 발전사업허가를 받게 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주민 동의를 받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 또한 개발사에 주민 동의를 조건으로 돈을 먼저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 해상풍력을 추진하는 A업체는 발전사업허가를 조건으로 개발사와 주민 동의하에 출금이 가능한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수십억원을 지급했다.

또 B지역 주민 협의회는 최근 해당 지역에서 발전사업허가를 추진하는 C개발사에 마을 공동기금 수십억원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몇몇 개발사들이 발전사업허가를 추진하며 현금을 지급하고 있어 개발사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주민들에게 퍼지고 있다”며 “이는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하고 지역경제 발전을 함께 계획하는 주민수용성 제도의 기존 취지와 어긋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또 이 같은 계약이 공식적으로 문서화할 수 없는 부정한 사례이다 보니 중소 개발사들의 공수표로 인한 개발사와 주민 간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현금 지급을 약속하고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현장이 이 약속을 인계하지 않고 개발사가 손바뀜되면서 주민과 개발사 간 불신이 생기는 현장도 있다.

이 같은 행태는 장기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해상풍력 단지 개발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개발사들은 주민동의를 얻기 위해 일자리 제공이나 학교‧복지회관 설립, 이익 공유 등 장기적인 혜택을 제공하는데, 단발적인 현금제공 사례가 많아지면 그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현재 주민수용성 확보에 대한 절차가 구체적이지 않아 부작용이 많은 만큼 명확한 절차와 기준을 만들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발전사업허가 과정상 개발사와 주민 간 돈이 오가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시작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주민수용성 협상의 키는 주민들이 갖고 있는 만큼 그들을 움직이려면 금전 제공은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개발사와 주민 간 협상을 중재할 수 있는 정부의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로는 금전이 오간 현장을 제재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민수용성의 취지를 살리려면 개발사와 주민 간 협상을 중재하고 때로는 강제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 기구를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 안상민 기자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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